11시에 모이기로 했다. 20분쯤 먼저 도착했다. 스타벅스로 들어갔다. 가희씨가 왔고, 단편선씨가 왔다. 동찬씨는 조금 늦는다고 했다. 차와 다과를 먹다가 밖으로 나갔다. 동찬씨에게 커피를 건네고 인사를 나눴다. 녹음실로 걸어갔다. 동찬씨는 대구와 서울을 오가며 생활하고 있다고 했다.

녹음 전 몸을 가벼이 하고자 해우소를 찾았다. 녹음실 건물에 있던 것은 공사 중이었다. 2층은 금남구역 같은 이름을 하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밖으로 나갔다. 옆 건물 화장실도 상태가 좋지 않았다. 칸이 두 개뿐인 몹시 협소한 곳이었다. 세 남성은 번갈아가며 근심을 풀었다. 둘은 지원사업에 대해 이야기 했다.

마이크를 세팅하고, 녹음을 시작했다. 가희씨는 어제보다 컨디션이 좋아 보였다. 어제는 하루 종일 잠을 못 잤다고 했다. 나는 컨트롤룸 안에서 가이드 보컬을 불렀다. 템포가 없거나 변하는 곡들이라 매번 다시 불러야 했다. 눈을 뜨면 웃음이 나왔다. 벽 앞에 앉아 눈을 감고 불렀다. 진지한 내 모습이 너무나 웃기다. 〈딴생각〉, 〈사기꾼〉, 〈울면서 빌었지〉 순서로 녹음했다. 〈울면서 빌었지〉는 (아마도)두 테이크 만에 끝났다. 나머지는 좀 걸렸다.

〈딴 생각〉은 음 하나 때문에 녹음이 지연됐다. 베이스가 하행하는 부분이었는데 악보에 쓰인 것-가희씨가 친 것과 데모가 달랐다. '엇, 이거 아닌데'하고 녹음을 끊고 부스로 들어갔다. 다 같이 피아노 앞에 앉아서 '뭐지?, 뭐지?'하면서 이것저것 쳐봤지만 뭐가 다른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일단은 악보대로 쳤다. 뭔가 잘못된 것 같아 계속 마음에 걸렸다. 템포가 바뀌는 부분을 어떤 식으로 녹음할 것인가 정하는 데도 약간의 시간이 소요됐다. "나 믿어, 내 방식대로 하자" 단편선씨가 말했다.

파파이스 햄버거를 먹었다. 단편선씨는 녹음실에서 음식시켜먹는 것을 은근히 좋아하는 것 같다. 연봉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언제 10억 벌 수 있을까?" 단편선씨가 말했다. "벌 수 있을 거예요", 진심으로 말했는데 모두가 웃었다. 죽어도 못 벌 것 같은 말투였다며. AVID 총판에 전화를 걸어 '프로 툴 12 얼티밋'에서 작업한 프로젝트 파일이 '프로툴 12'에서 열리는지 물어봤다. 안 열린다고 했다. '프로툴 10 HD'와 '프로툴 12'가 호환되는지도 물었다. 안 된다고 했다. 일이 조금 복잡해졌다.

〈사기꾼〉은 템포가 느려지는 부분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를 오랫동안 상의했다. 가희씨 옆에 앉아 여러 번 맞춰봤다. 나는 더, 더, 더, 느려지길 원했다. 어디서부터 느려질지, 서서히 느려질지 갑자기 느려질지, 얼마나 쉬고 느려질지를 정했다. 나는 사파라, 박자 세는 법도 이상해서, 소통도 약간은 버벅거렸다. 노래가 있는 부분을 마치고, 단순하고 기분 나쁜 후주를 녹음했다. 한 음을 4분 동안 쳐 달라는 단편선씨의 요청.

집에 와서 프로젝트를 열었다. 잘 열리더라. 수입처는 믿을 게 못 된다. 자꾸 신경 쓰였던 딴 생각을 열었다. 피아노 앞에 앉아 하나씩 쳐보며 이상한 부분을 찾았다. 제자리표 때문에 악보가 이상해졌던 것이었다. 과학기술을 동원하여 음 하나를 끌어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