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곧 방이 두 개인 곳에서 살았다. 그러니까 2.5룸. 그때는 없던 말이었다. 안방은 엄마아빠가, 다른 방은 형과 내가 썼다. 당시 어린이물에는 자기 방을 갖고 싶어 떼를 쓰는 아이가 한 명씩 있었다. 나는 아니었다. 형은 늦게까지 학교나 교회에 있었다. 혼자 있을 시간은 충분했다. 종종 싸웠지만 그래도 결국엔 같이 잤다. 우리는 잠자리에 누워 그런 것을 했다. 손가락으로 등을 두들겨서 멜로디 없는 노래를 맞추는 놀이. 형은 엎드려 자면 숨이 막혀 죽을 수도 있다고 항상 말했다. 엄마는 선풍기를 경계했다.

형은 서울로 대학을 갔고 나는 혼자 방을 쓰게 되었다. 잠자리 맞은 편에는 기둥 모양의 옷걸이가 있었다. 불 끄고 방에 누워 잠을 청한다. 낮에 잠을 잔 터라 잠이 오지 않는다. 내일은 학교 가야 하는데. 눈을 뜬다. 암순응된 눈에 검은 것이 보인다. 나는 그게 길게 늘어진 코트라는 것을 안다. 아니면 얼기설기 걸쳐진 누군가의 윗도리다. 그렇지만 그건 '이야기 속으로'에 나오던 저승사자기도 하고, '토요미스테리'에 나오던 귀신이기도 하고, '엑스파일'에 나오던 외계인이기도 하고. 그래서 눈을 감는다. 중학교 때까지도 밤늦게 혼자 다니는 것이 무서웠던 나는.

화목이란 무엇인가? 나는 알지 못한다. 일찍 결혼해 가정을 꾸린 형네 집을 보며, 가족사진을 종종 올리는 착한 신자유주의자 후배를 보며, 어렴풋이 짐작만 할 뿐이다. 언젠가 알게 될까. 며칠 전 배운 역류성 식도염이나, 어느 새벽 배운 쥐처럼. 뭉친 종아리를 붙잡고 잠에서 깼다. 너무 아파서 욕할 정신이 없었다. 이게 쥐구나. 이게 쥐라는 거구나. 나는 그제야 쥐를 알게 되었다. 뿌듯했다. 그 전까지는 쥐가 뭔지 몰랐다. 다리가 저린 거랑 비슷한 것인가, 하고 막연하게 생각할 뿐이었다.

싸우는 소리가 문틈으로 새어 들어왔다. 비슷한 레퍼토리가 반복되었다. 엄마는 다음 날 저녁을 차려주며, 둘이 헤어지면 누굴 따라갈 거냐고 묻곤 했다. 답은 항상 같았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밥 주면서 그런 걸 물어보는 것은 반칙이다. 물어보는 엄마도 걱정됐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