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틀 모였다. 첫 날엔 드럼과 퍼커션, 각종 효과를 ―심벌 롤Roll과 스크래이프Scrape 같은 것― 녹음했다. 〈있다〉의 경우, 무엇을 쥘 지 결정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왼손엔 스틱, 오른 손엔 말렛을 쥐고 연주한 후 브러쉬 연주를 한번 덧 입혔다. 〈식물원〉의 경우, 리듬과 톤이 변화하는 구간을 어떻게 정리할 지 결정하는 데 시간이 소요되었다.

쉬는 시간이었다. 인스타그램을 켰다. 김오키 씨의 공연에 수민 씨가 없었다. 우리한테는 분명 "오키 형" 공연 때문에 십사일은 안 된다고 말했는데. 얘기를 전했더니 모두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우리한테 거짓말하고 연애하러 간 것이라는 가설이 제기 되었다. 다음 날 모르는 척 한 번 떠보기로 했다. "수민 씨 어제 공연 잘 했어요?"

인집 씨가 집에 데려다 줬다. 인집 씨는 지난 십이월에 면허를 땄다고 했다. 초보 아니냐며 불안을 내비쳤더니 신도림에 있는 학원을 다녀 이쪽은 훤하다고 우릴 안심시켰다. 학주 씨를 먼저 내려줬다. 서부간선도로 쪽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실수로 직진을 했다. 차를 돌려 나왔다. 당황한 인집 씨는 별안간 내게 면허 취소 별점을 아는지 물었다.

이튿 날에는 콘트라베이스와 일렉트릭 베이스를 녹음했다. 총 다섯 곡을 연주했다. 〈식물원〉과 〈있다〉 〈보리차〉의 두 가지 버전, 지난 주에 녹음 했던 〈거북이〉까지. 〈보리차〉는 피처링 아티스트가 부를 버전과 내가 부를 버전을 각각 다른 키로 연주했다. 〈거북이〉는 벌스Verse의 코드를 바꾸어야 했다.

수민 씨는 이 날 새로운 베이스를 가져왔다. 전에 쓰던 콘트라 베이스는 몸이 아파 입원했다고 했다. 새로 온 친구는 훨씬 매끈하고 밝은 나뭇결을 갖고 있었다. 일렉트릭 베이스도 처음 보는 것이었다. 얼마 전 중고로 구입한 제품이라고 했다. 9X년 산 펜더 재즈 베이스.

언제나 그랬듯 좋은 연주였다. 다만 두 베이스 모두 이런 저런 잡음들이 조금 있었고 그것들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강도의 다양한 주법을 시도했다. 재즈라면 자연스럽게 용인 될 만한, 오히려 자연스럽다고 권장될 만한 것들이었지만 우리는 ― 혹은 나는 ― 좀 더 통제 된 소리를 원했다.